뮤지컬 ‘헤드윅, 윤드윅과 앵그리YB

지난 14일 KT&G상상아트홀에서는 뮤지컬의 수작으로 꼽히는 <헤드윅(원제 Hedwig & Angry Inch)>가 무대에 올랐다.
2005년 국내 초연이후 해마다 원작 버전에 변주를 해가며 시즌을 이어가던 공연이 올해는 그간의 변주와 변형을 거두고 본래의 모습으로 공연을 올린다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물론 이는 그간의 변주보다 원작의 감동에 인이 박힌 나의 탓이기도 하다.
여기에 헤드윅의 원투펀치로 윤도현과 강태을이 더블 캐스팅돼 헤즈헤드(헤드윅의 열성팬)는 물론 조금은 덜 극성스런 관객들까지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눈길을 끄는 것은 헤드윅으로 윤도현이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의 뿜어주는 가창력과 영화 <정글스토리>나 뮤지컬 <하드록카페> 등의 연기 경험을 볼 때 그의 캐스팅은 연출이나 제작사 입장에서는 탁월한 선택. 거기에 찬바람 쌩쌩 부는 보릿고개를 맞고 있는 공연계에 뛰어난 원작에 윤도현 기용은 그 파괴력을 여실히 보여 줄거라 믿게 한다.
더불어, 극중 헤드윅과 윤도현의 상황이 묘하게 겹쳐지며 뮤지컬넘버인 ‘사랑의 기원(Origin of Love)’의 노랫말에서 제우스에게 둘로 나뉜 햇님과 달님의 아이가 다시 맞붙어 하나가 되는 모습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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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리가 아니라 사회를 이루어 산다

사람은 생존이라는 목적으로 무리를 이루는 짐승들의 군집과 달리 사회라는 차별화된 관계의 틀을 이루고 그 안에서 살아간다.
무엇을 위해? ‘행복’을 위해. 그런데 이 행복이란 것이 추상적인 것도 추상적인 것이지만, 그 기준이라는 것이 사회를 이루고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한대다 행복의 기준과 방법이란 것이 겹쳐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외제 컨버터블카 지붕열고 매연 가득한 도심 주행’, ‘팜므파탈 배우돼서 레드카펫 걸으며 숨막히는 뒷태로 사진기자 혼절시키기’, ‘돈 많이 벌어 아내에게 강남 오피스텔을 사주는 강남의 낭만 누리기’, ‘많이 배워 돈만 많은 졸부들 허세 털어주기’, ‘결혼해 호랑이 같은 아내에 순종하며 토끼같은 아이들 키우며 살기’, ‘대구의 밤문화 누리기’, ”전과가 많아도 대통령 될 수 있는 세상 만들기’, ‘아륀지 발음익혀 유엔 동시통역 하기’ ‘록음악으로 세상을 노래하기’, ‘그저 부모님께 효도하면서 월급쟁이로 정년까지 근무하기’ 등 저마다 다른 행복을 추구하면 살아간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면서 이런 저런 마찰과 충돌은 따르기 마련이다. 마찰과 충돌을 겪으며 ‘그래도’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서로가 ‘다름’을, 다른 ‘입장, 사람, 견해…’의 차이 등을 받아들이는 자세로 소통해 왔기 때문이다. 반대로 다름을, 차이를 무시하고 배척할 때, 다른 ‘입장, 사람, 견해…’ 등을 다름이 아닌 ‘나쁨’으로 몰아갈 때는 이성보다는 본능적으로 타종을 배척하는 무리의 모양새를 띄기 마련이다.
나와 다른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을 맞닥뜨렸을 때, 영 마뜩찮은 그와 마주섰을 때 우리는 무리의 하나가 되어 물어뜯을 것인가. 사회의 일원으로서 마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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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과 앵그리인치 이야기

록뮤지컬 ‘헤드윅(Hedwig and Angry Inch, 이하 헤드윅)은 동독 출신의 트렌스젠더 록가수 애드비그 쉬미트(Hedwig Schmidt)를 모티브로 존 카메론 미첼(대본)과 스테판 트레스크(음악)에 의해 제작된 뮤지컬이다.

뮤지컬 헤드윅은 1998년 2월 14일에 오프브로드웨이인 리버뷰호텔(한때 타이타닉의 생존 승무원들이 묵었던 호텔로 유명)의 제인 스트리트 극장에서 첫 무대에 올랐다.
첫 무대 이후, 비평가들과 관객들의 이어지는 갈채를 등에 업고 2001년에는 뉴라인시네마에서 존 카메론 미첼과 스테판 트레스크를 그대로 기용하여 영화화 되 그해 선댄스영화제 감독상과 관객상, 같은 해 베를린영화제 테디베어상 등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며 작품의 폭발력을 배가 시켰다.

<헤드윅>의 초연부터 현재까지 평단과 관객들에게 찬사와 갈채 속에 수작(秀作)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에네르기는 무엇이었을까.
뮤지컬 <헤드윅>은 록의 유토피아 미국에 가기 위해 미군병사의 사탕발림에 빠져 트랜스젠더가 된 록 가수, 그것도 수술에 실패해 1인치의 흉물스런 성기(생식의 기능과 성기의 정체성마저 사라진)를 가진 딱하고 요상한 가수 헤드윅이 주인공인 이 이야기다. 이 이야기의 에네르기는 바로 헤드윅이 자신의 유일한 행복이자 힘인 록으로 꽉 막힌 디스토피아적 상황을 유토피아적 상황으로 바꾸려는 외침의 진정성이 갖는 파괴력이다.

 

윤도현과 전자악단 이야기

윤도현은 YB의 6집 수록곡 YB스토리에서 ‘나 태어난 곳 미군부대 이곳 철조망이 눈앞에 보이는 이곳 임진강 흙탕물 조용히 흐르는 경기도 파주 어머니 아버지 세탁소에서 쉴새없이 재봉틀 다리미와 씨름하고 싸구려 빽판을 들으며 꿈을 키웠어…’라는 노랫말처럼 특출날 것도 주목할 것도 없는 세탁소 집 아들내미로 태어났다.
물론 윤도현은 한셀처럼 미군병사의 사탕발림도 수술도 없이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며 자라다 1995년 타잔이 수록된 솔로 앨범으로 데뷔하고, 2집부터 1집앨범의 세션으로 활동했던 멤버들과 ‘윤도현밴드(YB)’를 결성해 활동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기간에 ‘오 필승 코리아’를 불러 주목받으며, 가창력과 음악성 갖춘 뮤지션에서 인지도를 더해 대중적 록스타로 발돋움한다. 같은 해 에 <윤도현 전자악단>으로 소개 돼 북녘에서 최초로 공연한 록그룹이 되기도 했다.
2002년 4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KBS에서 음악방송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진행하며 좋은 입심과 음악에 대한 진지함은 그의 음악과 대중, 윤도현이라는 사람과 사람들이 더 가까워지게 했다.
윤도현에게 음악, 구체적으로 록음악은 자신을 나타내는 표현이자 사람들과 어울려 이루는 행복이었다.
그러던 중 2008년 11월 <윤도현의 러브레터>는 별다른 이유없이 막을 내렸다. 뭐 머무르던 자리에 때가 되어 물러난다면 별 화제거리도 안됐을 것이다. 그러나 윤도현의 행적이 맨 오른쪽 엣지에 있는 분들에게 밉상으로 찍혀 그랬다는 외압설이 크게 작용하여 세간의 주목과 그를 아끼는 팬들과 상식있는 사람들의 답답함을 자아냈다.
윤도현의 행적이란 자신이 행복을 느끼는 장소, 자신의 행복을 지키기 위한 장소라면 거리이든 광장이든 머뭇거리지 않고 나가 기타를 들고 음악을 뿜어냈다. 그리고 외쳤다.
윤도현은 정규 8장. 라이브 3장 등의 음반을 내오며 꾸준하고 왕성한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 가수이다. 그것도 평단과 대중에게 고루 인정받는 실력파 뮤지션으로.
그러나 묘하게도 정권의 바뀜과 동시에 ‘뮤지션 윤도현’은 사라지고, 그의 언행들은 앞뒤의 정황 다 잘려나간 채 ‘딴따라의 정치적 발언’으로 조합돼, 몇몇의 언론들과 사이비 보수 단체들에 의해 왜곡되기 시작한다. 결국 붉은 칠에 노란 칠에 덕지덕지 칠 해진 윤도현은 뮤지션이 아닌 ‘격리 1호, 말 많은 딴따라’의 이미지로 왜곡시켜 근 7년간 지켜오던 그의 유토피아에서 끌어냈다.
그러나 윤도현은 여전히 노래한다. 한쪽에서 자신을 이 색, 저색으로 덧칠해가며 왜곡시켜도, 자신은 여전히 남이 규정짓지 못하는 자신의 색깔로 음악으로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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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빨도 투사도 아닌, 윤드윅과 앵그리YB로 소리 질러~!

윤도현은 ‘헤드윅&앵그리인치’ 공연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뮤지컬 헤드윅, 이 작품과 YB의 음악적 메시지와 내용들이 공통점이 많다. 특히 지난 8집 공존(共存) 앨범과 공통점이 많다. 다르다는 것이 틀린 것이 되는 상황을 만드는 편견과 장벽을 없앴으면 좋겠다. 다름을 인정하고 화합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그의 심경과 이번 극을 통해 뿜어낼 그의 에너지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윤도현이 이번 공연을 통해 세상 속에서 차이와 다름을 나쁨과 그름으로 몰며, 편견과 몰상식의 송곳니로 물어뜯는 무리들에게 사회로의 회귀를 깨우칠게 할 수 있을까. 이 바람은 그에게 무리를 쫓아내는 투사의 이미지를 덧씌우는 또 다른 왜곡일지도.
바랄 것만 바란다면, 윤도현 그가 이번 헤드윅 무대에서 윤드윅이 되어 무리가 아닌 사회를 사는 사람들, 관객들에게 갈채와 호응을 원없이 이끌어 내는 공감의 무대로 한껏 서로가 흥겹게 놀길 바랄뿐이다.

 
이윤원 기자(sihajiha@thestre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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