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미이프유캔] 따라잡을 수 없는 한 편의 ‘화려한 쇼’

‘때론 거짓말처럼 사는 게 더 짜릿하다’는 카피를 전면에 내세운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은 동명의 영화를 기초로 한 작품이다. 이미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얻은 바 있는 영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친숙한 스토리라인이 장점이다. 하지만 뮤지컬로 변화된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무대 공연만의 특성에 맞게 새롭게 재탄생되었다. 미국에서 2011년 초연 후 빠른 시일 내에 국내에 선보이는 라이선스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세부적인 부분에서 변화를 추구했다고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그리고 그 영화를 토대로 재구성한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또 하나의’화려한 쇼’를 무대 위에 안착시키고 있다. 이 작품을 감상하는 포인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영화와의 차별화가 잘 이루어졌는가에 있고, 또 하나는’쇼’다운 무대가 펼쳐지고 있는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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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이기에 더욱 매력적인 이야기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실화에 기초한 이야기이다. 1965년 미국 전역을 뒤집은 실제 사기 사건의 주인공 프랭크 에버그네일 주니어의 일대기를 그대로 영화화한 것만으로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2002년에 제작된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주도 하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았기에 매력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었지만, 실화이기에 더욱 매력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체 이야기는 간단하다. 위기에 닥친 가정에서 뛰쳐나와 16세부터 5년 동안 26개국을 돌며 위조수표 수백만 달러를 사용하고, 비행기 기장과 의사, 변호사를 사칭하며 온갖 사기행각을 벌이는 한 청년의 삶이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기본 줄거리이다. 물론 그를 체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FBI 요원 칼 해너티 일행이 등장해 극의 긴장감을 형성한다. 자료에 의하면 주인공인 프랭크 에버그네일 주니어는 체포된 이후에 25년 동안 FBI 아카데미와 정부기관에서 위조수표 관련 범죄에 대해 이론과 실무를 가르치며 금융사기 예방과 문서 보안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가 되었다고 한다. 당연히 무대 위에는 체포된 이후의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고, 체포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영화의 스토리 구성을 비교적 순조롭게 따르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주인공 프랭크가 공항에서 FBI 요원 칼 해너티에게 체포되는 순간을 첫 장면으로 내세워 프랭크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오프닝이 인상적이다. 마치 <맨 오브 라만차>에서 주인공이 감옥에서 죄수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캐치 미 이프 유 캔> 역시 주인공이 직접 이야기를’들려주는 방식(telling)’을 취하고 있다. 바로 이 첫 장면은 극의 마지막 직전에 다시 한 번 반복되며 전체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고 있다. 생각해보라. 20살도 안 된 청년, 아니 청소년이 타고난 사기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수표를 위조하고, 비행기 기장이 되고, 나아가 수술을 안 해도 되는 의사가 되기도 하며 변호사까지 사칭하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이것은 어쩌면 보통의 많은 사람들이 꿈속에서 혹은 상상으로 한 번쯤 그려보는 삶이기도 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야기가 허구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사실이기에 더욱 매력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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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만의 차별화

흥행에 성공한 영화를 뮤지컬로 만들었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영화와의 차별화이다. 얼마만큼 영화와 닮아 있으면서도 멀어질 수 있느냐가 이 작품의 생명력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영화와의 차별화에 80% 이상 차별화하는 데에 성공했다. 나머지 20%는 영화와의 동질성을 유지해야한다는 점에서 아쉽지만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뮤지컬만의 특성을 만족시키고 있을까. 주인공 프랭크의 매력적인 무대 장악력? 아니면 프랭크와 칼 해너티가 쫓고 쫓기며 벌이는 긴박감 넘치는 액션? 아니면 한 번만 들어도 귀에 착 감기는 감미로우면서도 흡인력 있는 뮤지컬 넘버? 애석하게도 답은 여기에 없다.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이 영화와의 차별성을 획득하며 뮤지컬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핵심, 그것은 바로 22인 앙상블의 몸짓과 목소리에 있다. 여성 13명과 남성 9명으로 구성된 앙상블의 군무가 무대를 압도하고 있다는 사실, 바로 그것이 이번 공연의 핵심이다. 특히 13명의 여성 앙상블은 연말 시상식의 하이라이트와 같은 완성도 있는 무대를 여러 번, 그것도 흠잡을 데 없이 무대 위에 수놓는다.
영화의 제목을 들으면 바로 떠오르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모습 때문에 뮤지컬 역시 주인공 프랭크의 비중이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때문에 다섯 명이 캐스팅된 프랭크 역은 공연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각기 다른 색깔을 드러내게 된다. 엄기준, 김정훈, 박광현, 규현(슈퍼주니어), Key(샤이니) 중에서 누가 무대에 오르느냐에 따라 관객들은 색다른 프랭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을 잡기 위해 분주히 뒤를 따르는 FBI 요원 칼 해너티 역의 김법래와 이건명 역시 극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아마도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대외적인 중심축은 바로 프랭크와 칼 해너티가 맡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실제 무대 위에서 극의 무게 중심은 바로 앙상블의 군무가 등장하는 장면에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일부 장면의 경우 주인공 프랭크의 존재감이 다소 묻힐 정도로 압도적인 군무와 합창이 무대를 장악하고 있지만, 그것이 결코 부정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한 편의’쇼’로 들려주는 프랭크의 이야기가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이기 때문에 때로는 스튜어디스로, 때로는 간호사로, 때로는 학생으로 등장해 무대를 한순간에’하이라이트 장면’으로 장식하는 앙상블의 모습은 이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영화와 차별된 요소는 전체 이야기 구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원작 영화의 구성을 비교적 잘 담아내고 있어서 친숙하게 극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중심 캐릭터인 프랭크와 해너티에 집중하면서도 프랭크의현재를 구성하고 있는 가족사에도 뮤지컬 넘버를 할애하며 가족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는 점도 의미 있다. 하지만 프랭크와 브랜다 사이의 관계와 인간 프랭크의 변모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 후반부의 변호사 시퀀스가 약화된 점은 영화를 좋아했던 이들에게 아쉬움으로 다가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영화와 차별화된 모습으로 무대 위에서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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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과 한층 가까워진 뮤지컬 무대

이번 공연이 열리는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은 공연장 구조 자체도 무대와 객석이 멀지 않지만, 오케스트라를 변화를 거듭하는 무대 안쪽에 배치함으로써 무대와 객석을 더욱 가깝게 만들어준다.’화려한 쇼’를 표방하고 있는 뮤지컬에 어울리는 화려하고 다양한 무대연출 역시 매력적인 군무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고 있다. 음악의 경우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만 군무와 함께 펼쳐지는 일부 뮤지컬 넘버의 경우 간혹 목소리가 찢기는 듯한 순간도 있다. 특히 칼 해너티의 뮤지컬 넘버에서 사운드 연출이 다소 아쉽다. 다섯 명의 프랭크 중에서 가장 조용하게 생각되는 김정훈은 솔로의 돋보이는 보이스가 안정적이지만, 일부 장면에서 앙상블에 묻히는 보이스가 뮤지컬 초년생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흥미로운 배우는 바로 칼 해너티 역의 김법래이다. 감히 대한민국 뮤지컬 배우 중 최고의 중저음 보이스를 소유했다고 말할 수 있는 김법래과 영화 속 톰 행크스의 목소리가 오버랩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법래가 연기한 칼 해너티는 또 하나의 해너티를 창조하며 무대 위에서 존재감을 보여준다. 프랭크가 사랑하게 되는 간호사 브랜다를 연기한 소녀시대의 써니는 가요프로그램과 예능에서 친숙하게 보았던 모습에 작고 귀여운 역할이 더해져 프랭크와 잘 어울리는 짝으로 보인다. 캐릭터 자체와의 동질감도 있어서 무리 없이 역할을 소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에필로그

사소한 공연장 이야기 하나.
이번 공연을 관람할 때 1층 객석 중 통로 쪽에 가까운 자리에 앉으면 세 번 정도 바닥이 울리는(?) 생각지도 않은 4D 효과를 맛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좋을 수도 좋지 않을 수도 있다.

* 관람일 – 2012. 04. 27. 금 8시 공연
* 공연장 –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 캐스팅 – 김정훈, 김법래, 이정열, 서지영, 써니 외 다수

 

하린(hareen1@thestre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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