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투 노멀] 꾸며지지 않은 ‘우리’를 만나는 시간

미디어의 힘을 온몸으로 보여준 바 있는 화제의 인물 박칼린과 최재림, 그리고 한국 뮤지컬의 배우의 힘을 지니고 남경주, 이정열이 참여한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next to normal)의 첫인상은 색다르다. 화려한 요소들이 먼저 부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적인 요소보다 극 자체의 내적 드라마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이유 없이 화려할 것 같은 선입견은 곧 사라지고 만다. 가족의 이야기, 상처를 바라보고 치유해가는 드라마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색깔을 찾아가며 무대 공간을 채워나간다. 물론 분할된 무대 공간을 조금씩 채워가는 역할은 배우와 음악, 그리고 시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호흡이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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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사랑 그리고 상처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 어른스럽고 든든한 아들, 똑똑한 딸을 둔 40대 여성 다이애나의 가정은 겉으로 볼 때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가정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겉모습일 뿐 관객들은 금세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가정을 보게 된다. 과거의 상처가 원인이 되어 조울증과 환각증세에 시달리는 다이애나, 그런 다이애나를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는 남편 덴, 다이애나의 사랑을 받지 못해 망가져가는 딸 나탈리, 버림받고 싶지 않은 아들. 가족 모두가 평범한 가정이 되기 위해 각자의 상처를 치료하지도 못한 채 숨기고 외면할 뿐이다. 특히 모든 문제의 원인인 다이애나의 상처는 우울증과 환각증세의 치료에 가려져 더욱 더 마음 속 깊은 곳으로 묻히고 그녀의 삶에는 의사와의 상담과 약만이 자리한다.

여기까지 인물들을 살펴볼 때 보통 예상할 수 있는 전개는 가족의 진실한 사랑과 화합으로 모든 상처를 치료하고 결국 평범한 가정으로 살게 되는 꽤나 진부한 스토리일 것이다. 하지만 <넥스트 투 노멀>은 브로드웨이 초연 때부터 많은 관심을 끌며 찬사를 이끌어냈던 비범한 뮤지컬답게 기존 가족극의 정석을 벗어나 신선한 스토리로 전개와 결말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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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나를 찾아가는 시간

남편 덴의 극진한 사랑도 딸의 원망어린 비난도 다이애나를 치료할 수 없다. 상처에 고통스러워하던 그녀가 찾아낸 해결책은 가족이 아닌 자신에게 있다. 평범하기 위해 노력한 남편도 평범을 종용하던 딸도 결국 그녀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상처를 덮어버릴 뿐이다. 극 중 의사의 말처럼 아물 때가 더 아픈 법. 쓰라린 상처를 겉으로 드러내고 자신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했을 때 다이애나는 나탈리를 사랑으로 껴안을 수 있었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남편 덴을 떠날 수 있었다. 그리고 덴도 평범해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자신의 상처를 돌아볼 수 있게 된다. 정답은 평범하기 위해 상처를 숨기는 가족의 노력이 아니라 평범하지 않아도 상처를 극복하려는 자신의 노력이다. 평범함의 한 가운데보다 평범함 옆에 자리 잡았을 때 비로소 이 가족에게 행복이 찾아온다. 그래서 ‘넥스트 투 노멀’이다.

해결방법이 가족의 사랑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직시하는 것이라는 점은 특히 가족의 정을 중요하게 여기고 거기에 큰 가치를 두고 있는 한국인의 정서로는 신선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범해 보이려는 가족보다 평범하지 않은 것을 인정하는 가족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그렇기에 가족의 상처를 사랑으로 치유하는 이야기인 <사랑은 비를 타고>와 정반대에 놓여있는 뮤지컬인 동시에 관객들에게 진정한 가족의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점에서는 함께 한다. 현대사회 속에서 점점 소원해지는 가족 사이의 관계를 평범해 보인다는 이유로 덮어놓고 있지만은 않은지, 가족의 문제를 무심히 외면하고 평범함을 가장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넥스트 투 노멀>은 훌륭히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다만 나탈리와 그녀의 남자친구 헨리의 에피소드에서 등장하는 마약이라는 소재는 우리나라의 정서상 공감하기 힘든 부분으로 보인다. 브로드웨이의 무대장치를 그대로 가져와 쓴 만큼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하는데 성공했지만, 다이애나에게 사랑을 받지 못해 그 상처로 비행을 저지르는 상황에서 마약이라는 소재는 이해는 돼도 피부로는 와 닿지 않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극의 흐름도 복병이다. 작품의 초반부터 계속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이야기가 전개되고 후반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아슬아슬한 상황이 이어지다가 끝에 가서야 안전한 땅에 발을 딛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점은 작품 내내 긴장감과 의문을 극도로 끌어올렸다가 결말에 이르러 크게 감정을 폭발하는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자칫 클라이맥스에서 오히려 지루함을 느끼게 하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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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무쌍한 음악과 독특한 무대

하지만 다행히도 노래에서는 지루함을 찾을 수 없다. 진지한 스토리와는 달리 노래는 밝거나 어두운 등 다양한 느낌으로 상황에 알맞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무대 양 끝에 자리한 밴드는 록을 기본으로 팝, 재즈, 어쿠스틱 등 여러 장르를 연주하여 관객들에게 풍성한 음악을 들려준다. 그리고 무대장치는 총 3층으로 이루어진 철제구조로 구성되어 독특함을 주는데 장면의 전환과 인물들 사이의 거리감, 주요 배경인 가족의 집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화려한 군무나 웅장한 무대장치보다 인물에게 초점을 맞춘 작품이기 때문에 배우의 가창력만큼 연기력이 중요하다. 출연한 6명의 배우 모두 훌륭한 연기력과 가창력을 보여주었으나 그 중에서도 다이애나 역의 김지현은 조울증에 걸려 감정이 일정하지 못하고 붕 떠있는 모습을 완벽히 연기하고 있다.

 

김솔(thestream@thestre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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