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더리퍼] 뮤지컬 한류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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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연의 내용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건 아니지만 먼저 다음의 세 장면을 기억해보자.

장면 하나, 공연장 입구에 빽빽하게 늘어선 화환은 정확히 말하자면 쌀화환은 어림잡아 세어 보아도 족히 100여개가 넘어 보인다. 화환을 장식한 리본에는 낯선 이국적인 이름들이 써 있다.
장면 둘, 무대 양 측면 모니터에서 일본어 자막이 나온다.
장면 셋, 중앙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탄식과 환호를 쉴 새 없이 쏟아낸다.

 

다른 뮤지컬 공연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다. 신기하기도 의아하기도 한 이런 상황 속에서 어느덧 극은 막바지로 향했고 앞 쪽 객석의 환호 소리도 점점 고조되어 갔다.
다니엘(이지훈 분)의 손짓 하나 몸짓 하나에 관객은 호흡을 같이 맞춰 가고 있었다. 그 순간 마치 ‘나는 한류스타다.’란 글씨가 다니엘의 뒤에 부채처럼 펼쳐지는 것 같았다.
다니엘 역에 공동 캐스팅된 안재욱과 슈퍼주니어의 성민이 공연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한 건 아니지만, 그들을 향한 환호가 어느 정도일지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공연장 밖의 ‘쌀’화환에는 안재욱을 응원하는 아시아 팬들의 이름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성민 또한 적지 않게 응원을 받고 있음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안재욱은 ‘락오브에이지’나 ‘2010 잭더리퍼’를 통해 외국인 티켓 구매 파워를 벌써부터 증명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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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번 공연을 통해 잭더리퍼 공연 100회를 돌파하게 된 원조 한류 안재욱에 유준상, 김법래, 엄기준, 민영기 등 관록의 배우와 이지훈 성민 등 한류스타들이 조화를 이룬 캐스팅만으로도 잭더리퍼가 화제의 중심에 있을 자격은 이미 충분ㅎ다. 그러나 최고의 스태프로 구성된 제작진은 진일보한 차원으로 잭더리퍼의 퀄리티를 한단계 끌어 올렸다.
이번 잭더리퍼에서 가장 흥미로운 볼거리로서는 회전하면서 정교하게 조합되는 이중 회전 무대를 빼 놓을 수 없다. 아름다운 서정적 선율에는 우아하게, 심장을 뛰게하는 비트를 따라서는 속도감있게 움직이며 관객이 극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무대 기술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제작진은 체코 오리지널 뮤지컬인 ‘잭더리퍼’를 원작과는 많은 부분 다르게 재구성했다. 국내 문화 코드에 맞춰 수정한 작품에 외국인 관객들이 뜨거운 환호를 보내는 걸 보면서 한류가 아이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문화영영에서 그 빛을 발하고 있고 뮤지컬에도 그 열풍이 시작되었다고 피부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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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극의 내러티브는 이른바 수미쌍관식에다 액자식 구성을 하고 있어 복잡하긴 해도 이해가 어렵지 않고, 퍼즐을 맞추는 것과 같은 재미도 선사하고 있다. 두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긴장을 풀 수 없게 만들어 결국 관객에게 시원한 극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이제는 오리지널팀보다 더 낫다는 평가를 듣는 스테디셀러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와 함께 미스테리 뮤지컬의 대표작으로 언급되어 뉴스에 나올 정도로 ‘잭더리퍼’가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2009년 ‘살인마 잭’으로 시작한 ‘잭더리퍼’가 채 3년이 되기도 전에 연기, 노래, 춤, 스토리, 구성, 무대, 조명, 음악 등등 모든 분야에서 어느 하나 부족한 점 없이 수준 높은 완성도를 갖추게 된 건 제작사가 꾸준하게 보완 수정하려는 노력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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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이돌의 유럽 진출에 심지어 아이돌 그룹 커버댄스 대회가 열릴 만큼 한류라는 이름을 요즘처럼 자주 들어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한류가 대세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류가 언제까지나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아 보인다.
소설가 황석영은 한류는 세계쇼핑몰이라는 백화점에 이제 하나의 점포를 얻은 것이라고 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점포를 운영하고 키워나갈지는 순전히 이제 우리의 몫이다.
그 속에서 첫발을 내디딘 뮤지컬의 한류도 아시아를 넘어 세계 속에서 화제의 중심에 서길 바란다. 그 바람 속에 ‘잭더리퍼’도 앞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 조심스럽게 전망해본다.

 

한명섭 공연평론가(thestream@thestre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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