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센세이션] 수녀님들 라스베가스에서 뭐하고 계세요?

수녀 in 라스베가스

수녀 5명이 라스베가스를 방문한다. 환락의 도시와 수녀.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다. 과연 그녀들에게 무슨 일을 벌어질까? ‘넌센세이션’은 ‘넌센스시리즈’의 5번째 작품이다. 다양한 버전으로 진화해 온 ‘넌센스’가 결국 라스베가스 한가운데로 들어선다. ‘넌센스’는 웃기는 수녀들의 춤과 노래, 그리고 해프닝으로 이루어진 뮤지컬이다. 20년간 이어진 스테디셀러 시리즈답게 ‘넌센세이션’ 또한 재미있다. 그냥 재미있다 보다 재미지다의 뉘앙스를 빌리면 어울리겠다 싶다. 5명의 수녀가 펼치는 웃음 한 마당 속으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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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러티브가 전부는 아니다

7시가 되었는데도 극장의 불이 꺼지지 않았다. 갑자기 등장한 허버트 수녀(홍지민 분)가 떠들썩하게 인사를 하는 동안에도 극장 안은 여전히 밝다. 객석은 중년, 노년, 청년을 아우르는 실로 모든 세대의 관객으로 가득하다. 관객 호응은 뜨겁기까지 하다. 이것이 스테디셀러 뮤지컬의 힘인가. 잠깐 생각한다.
라스베가스의 공연장에서 수녀님들이 공연을 해준다면 1만 달러를 기부하겠다는 제안을 해온다. 마침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주기로 한 수녀들은 기부금을 받고자 공연을 하러 라스베가스에 오게 되면서 쉴 새 없이 해프닝이 벌어진다. 원작에는 없는 아프리카 기부 내용이 포함되었다. ‘넌센스시리즈’가 그렇듯 ‘넌센세이션’에서도 수녀 역을 맡은 5명의 배우들의 매력이 극을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다. 이야기 자체의 내러티브로만 보자면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낼 수 있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열광적인 호응이 있다. 큰 박수며 환호가 대단하다. 잘 짜여 진 내러티브가 있어야 관객의 마음을 끌어들일 수 있는 건 아니다. 한편, 다소 과한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긴 시간을 경품 추첨에 할애하기도 한다. 경품으로 심지어 자동차까지 걸어 놓았다. 자동차가 필요하신 분 어서 ‘넌센세이션’을 예매하시라. (경품에 당첨되는 운은 하늘에 맡기고 공연장으로 달려가시길. 스포일러가 될까 더 길게 적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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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5인의 수녀

기본적인 캐릭터는 정해져 있겠지만 연기하는 배우에 따라 그 매력이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넌센세이션’은 5명의 수녀의 성장과정과 이야기를 골고루 담고 있다. 블랙 앤 화이트의 수녀복 속에 감추어진 속마음을 살짝 살짝 내비치며 관객들을 끌어당긴다.
원장 수녀 메리 레지나 역의 이태원은 명성황후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더티댄스까지 소화해내면 열연을 펼쳤다. 양희경의 레지나는 보지 못했으나 기대가 된다. 허버트 수녀 역의 홍지민은 씩씩하게 극을 조율한다. 에너지 넘치는 그녀의 연기와 노래는 무척이나 안정적이다. 앤 수녀 역의 ‘영애 씨’ 김현숙은 뮤지컬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극 중 관객들과 벌이는 이벤트에서 그녀의 빛나는 애드립을 만날 수 있다. 발레리나를 꿈꾸는 레오 수녀 역의 이정미는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연기면 연기 모든 면을 발랄하고 생기있게 소화하며 주목해야 할 배우임을 다시 한번 증명해 보인다. 엔네지아 역의 최우리 엉뚱한 수녀 캐릭터를 너무도 매력있게 소화해 냈다. ‘토식히어로’나 ‘펌프보이즈’에서 보여주었던 다양한 연기 폭을 다시금 무대 위에 펼쳐놓았다. 아그네스 수녀의 인형 연기만 보더라도 얼마나 다재다능한 배우인지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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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속의 뮤지컬, 그리고 무대

Act 2에서 보여주는 갈라쇼 또한 인상적이다. ‘그리스’, ‘맘마미아’, ‘오페라의 유령’ 등 인기있는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는데 수녀 역의 배우들이 그 역을 소화한 경우가 많아 자연스럽게 웃음을 자아낸다. 브로드웨이에서는 ‘Sin city’를 연기하는데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변형되어 오히려 더 재미있게 되었다.
40년대 헐리우드 뮤지컬 영화의 세트에서 가져온 듯 보이는 나선형 계단을 포함한 무대는 미국 공연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성당의 스테인드글래스를 연상시키게 만든 장치가 적절히 사용되어 다양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그러나 무대가 좀 더 화려한 색으로 만들어졌다면 라스베가스라는 배경이 쉽게 이해되었을 것이다. 조명으로만 화려함을 표현하기에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극장 구조 문제가 있겠지만 무대가 옆으로 길고 앞쪽 공간이 좁아 답답한 느낌도 있다.

 

해피엔딩 넌센세이션

수녀가 등장하는 뮤지컬이라서인지 공연을 보는 내내 크리스마스가 연상되었다.’사랑의 열매’를 주관한 단체의 비리로 사람들의 마음이 얼어붙고, 사랑의 모금함도 설치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크리스마스는 나눔을 생각하게 한다. ‘넌센세이션’도 우여곡절 끝에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는 기부에 성공하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된다. 교회에 다니는 친구나 가족이 같이 보면 더욱 의미있게 다가올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누가 본다 하더라도 재미와 감동 모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명섭 공연평론가(igotnext@thestre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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